할 일 목록은 왜 안 지워질까.

2026-07-12 · 퀘스트마스터(QuestMaster)를 만든 이유

고백부터 하겠습니다. 저는 미루는 사람입니다. 투두 앱을 열 개는 넘게 써 봤습니다. 전부 처음 3일은 잘 씁니다. 그리고 목록에는 "운동하기"가 3주째 남아 있습니다. 앱을 지우는 게 아니라, 앱을 안 여는 방식으로 할 일에서 도망치게 됩니다.

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라고 생각했습니다. 할 일 목록은 기본적으로 빚 목록입니다. 열 때마다 못 한 일이 쌓여 있는 화면을 보게 되고, 기분이 나빠지고, 그래서 안 열게 됩니다. 성실한 사람을 위한 도구이지, 미루는 사람을 위한 도구가 아닌 겁니다.

빚 목록을 퀘스트 목록으로

게임에서는 똑같은 일이 정반대로 작동합니다. 게임 속 퀘스트 목록은 부담이 아니라 기대입니다. 깨면 경험치가 오르고, 레벨이 오르고, 다음 퀘스트가 열립니다. "운동하기"가 빚이 아니라 퀘스트라면, 깼을 때 보상이 있다면, 조금은 열어 보고 싶은 목록이 되지 않을까.

그래서 퀘스트마스터를 만들었습니다. 할 일을 등록하면 퀘스트가 되고, 완료하면 경험치를 받습니다. 짧게 끝나는 일과 오래 걸리는 일을 나눠서 관리할 수 있고,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이 오릅니다. 픽셀 RPG 감성의 화면은 덤입니다. 만든 사람이 미루는 사람이라, 미루는 사람의 심리에는 자신이 있습니다.

지금은 재정비 중

퀘스트마스터는 현재 운영 중이지만, 더 나은 모습으로 다듬기 위해 재정비하고 있습니다. 메인 페이지에서 잠시 '준비 중'으로 표시해 둔 이유입니다. 새 단장을 마치면 이 글에도 소식을 추가하겠습니다. 미루지 않고 돌아오겠습니다. 아마도요.